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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誦

하늘에 묻는다 / 梅月堂

by hawoo(하우/下愚) 2026. 1. 25.

매월당 김시습 선생 시 삼수

梅月堂 金時習 先生 詩 三首

 

 

1, 옛사람 글을 읽을 적에는

 

먼 옛날 일이라고 생각지 마라.

이치를 따지는 말 내 스승 삼고

세상 보는 법을 옳게 배울 일.

천 년이나 떨어져 있다 하지만.

눈앞에 마주 앉아 얼굴 맞댄 듯.

캐묻고 따질 일 생각나거든

그때마다 문답 벌여 의심 풀게나.

한 구절 반 구절 기억한다면

있는 힘껏 실천하며 좇아가야지

꼼꼼한 공부가 가장 좋으니

밝은 길은 너를 속이지 않네.

 

漢詩原文 한시원문

誦讀古人書, 莫道世遠曠.

講言吾取師, 論世我取尙.

相去雖千載, 宛如對相狀.

凡有詰辨處, 卽是親酬唱.

雖記一半句, 九行且依樣.

精究爲可畏, 明道不汝迋.

 

송독고인서, 막도세원광.

강언오취사, 논세아취상.

상거수천재, 완여대상상.

범유힐변처, 즉시친수창.

수기일반구, 구행차의양.

정구위가외, 명도불여광.

 

매월당 김시습 선생이 고전을 읽는 방법이다.

고전과 나 사이에는 시공간의 장벽이 없다.

천 년 전의 지성과 홀로 마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서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

 

2, 하늘에 묻는다

 

하늘은 어이하여

재앙과 복 공정하게 내리지 않소?”

옥황상제 대답하길, “나는 순리대로 하건만

네 말 참 무작스럽다.

운수가 막히면 간사한 무리 날뛰고

시절이 어긋나면 성현聖賢도 묻히는 법.

흥망성쇠 모두 운수 있는 건

겨울 있고 봄 있는 것과 마찬가지지.”

 

하늘은 어이하여

태평 시절 오래 못 가 쇠하게 하오?”

이미 깨우쳐 주었건만

너는 교활하고도 어리석구나.

태평 시절에 늘상 난리에 대비하고

편안한 곳에서 위태로움을 걱정해야 하는 법.

이렇게 한 뒤에라야

흥성과 쇠망의 갈림길 알 수 있지.”

 

하늘은 어이하여

세상 만물 평등하게 하지 못하오?”

평등하게 주었건만

너는 처음과 끝을 모르는구나.

만물에 똑같은 이치를 주고 참견하지 않았는데

눈앞의 차이에 저희끼리 미혹에 빠진 게지.

누구나 본성을 다한다면

저마다 마땅함 얻을 수 있네.”

 

 

漢詩原文 한시원문

一問天何故, 殃祥或不均.

帝言予順理, 汝語太無倫.

運否姦邪縱, 時乖聖哲淪.

旺衰皆有數, 如歲有冬春.

 

再問天何故, 雍熙不久衰.

帝言疇已解, 汝黠更多癡.

處治常思亂, 居安必慮危.

但能如此守, 隆替作通岐.

 

三問天何故, 多般物不齊.

帝言均賊予, 汝不識端倪.

一理元無與, 千差反自迷.

故能俱遂性, 得角翼牙蹄.

 

일문천하고, 앙상혹불균.

제언여순리, 여어태무륜.

운부간사종, 시괴성철윤.

왕쇠개유수, 여세유동춘.

 

재문천하고, 옹희불구쇠.

제언주이해, 여힐갱다치.

처치상사란, 거안필려위.

단능여차수, 융체작통기.

 

삼문천하고, 다반물부제.

제언균적여, 여불식단예.

일리원무여, 천차반자미.

고능구수성, 득각익아제.

 

 

굴원屈原이 지은 초사楚辭 중 천문天問 하늘에 묻는다라는 시편(詩篇)을 본떠서 지은 작품이다.

시인은 묻는다. 하늘은 왜 선인에게 복을 내리고 악인에게 재앙을 내리지 않는지, 평화를 오래 주지 않는지, 세상 만물을 평등하게 하지 못하는지, 과연 시인의 의심이 풀렸을지, 하늘의 답은 간단하기만 하다.

 

*

 

3, 나라의 근본

 

하늘이 인민을 낳고

임금을 세우신 건

오직 인민을 받들어

사랑으로 기르라는 뜻.

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없는 이

늙고 병든 이, 장애인

크건 작건 상관없이

모두 길러 살리라는 뜻.

은혜를 베풀면 성군聖君이요

학대하면 폭군이라

하나가 여럿을 편안케 하란 거지

여럿이 하나 받들라는 게 아니었네.

조금이라도 원망 생긴다면

임금 그대의 잘못이라

하늘이 죄를 내리사

그대의 자리 빼앗으리.

그 자리 어진 이에게 주고 나면

한낱 필부로 돌아갈 터

하루아침에 위세 잃고

후회해야 부질없네.

인민을 나라의 근본이라 하나니

근본이 튼튼해야 그대가 편안한 법.

그대의 밥은

인민의 곡식이요

그대의 옷은

인민의 비단이요

그대의 집이며 수레는

인민의 힘에서 나온 것.

십분지 일 세금 바쳐

임금으로 삼았거든

사랑과 위엄으로

이끌 일이지

어이하여 하늘을 우습게 보고

함부로 방탕한 짓 일삼는 건가.

인민을 공경하고 하늘을 공경하라

인민을 두려워하고 천명을 두려워하라.

임금된 자 항상

그리한다면

천명이 저버리지 않아

영원히 그대를 지켜 주리라.

 

 

漢詩原文 한시원문

天生烝民, 立之司牧, 惟其克尙, 寵綏撫育.

鰥寡孤獨, 疲癃殘疾, 無小無大, 咸仰字活.

惠我卽湯, 虐我卽桀, 以一治衆, 非衆奉一.

少有怨咨, 辟爾之辜, 天降之咎, 奪爾版圖.

與賢與仁, 爾爲匹夫, 一朝失勢, 雖海追乎.

固名邦本, 本固爾安, 爾之食也, 民之穀也, 爾之服也, 民之帛也.

宮室車馬, 民之力也, 什一而貢, 貢以爲帥.

帥我以仁, 非帥烈烈, 如何慢天, 故爲放佚.

敬民敬天, 畏民畏命, 爲人上者, 恒存畏敬, 天命不噆, 永保爾正.

 

 

천생증민, 입지사목, 유기극상, 총수무육.

환과고독, 피융잔질, 무소무대, 함앙자활.

혜아즉탕, 학아즉걸, 이일치중, 비중봉일.

소유원자, 벽이지고, 천강지구, 탈이판도.

여현여인, 이위필부, 일조실세, 수해추호.

고명방본, 본고이안, 이지식야, 민지곡야, 이지복야, 민지백야.

궁실차마, 민지역야, 십일이공, 공이위수.

수아이인, 비수열렬, 여하만천, 고위방질.

경민경천, 외민외명, 위인상자, 항존외경, 천명불참, 영보미전.

 

 

나라의 근본은 국민이고, 학교의 근본은 학생이며, 병원의 근본은 환자이다.

국민을 위해 정치인이 존재하는 것이지 정치인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존재 근거를 망각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경구警句가 될 만한 글이다.

 

*    *    *

 

김시습 金時習

1435~1493.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문인이자, ··仙 3교敎의 사상을 넘나든 사상가요 당대 정치의 폐해와 인민의 현실에 주목했던 비판적 지식인이었다. 세조世祖의 왕위 찬탈 이후 출세의 길을 단념한 채 전국을 방랑하며 2천여 편의 시를 남겼고, 경주 금오산金鰲山에 머물던 30대 시절에는 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지었으며, '태극설 太極說'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등 중요한 철학적 저작을 다수 저술했다.

 

 

돌베개 출판사. 우리고전 100선 중 제 2

김시습 선집 길 위의 노래2011년 초판 3쇄 발행집. 정길수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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